갱년기 테스트기 자가진단 관리법

“이게 진짜 갱년기일까?”
그날도 새벽 두 시에 깼다. 창문은 닫혔고, 남편은 코를 골았고, 내 이마엔 땀이 송글송글.

40대의 몸은 은근슬쩍, 그러나 확실하게 변한다. 갑작스러운 눈물, 이유 없는 분노, 손끝의 저릿함, 낯설다. 나라는 사람을 내가 낯설어하는 이 기묘한 체험.

그때 만난 게 있었다. 이름하여 ‘갱년기 테스트기’. 믿을 수 있을까, 플라스틱 막대기 하나가 내 기분을 설명해줄 수 있다는 걸?

우리는 대체로 참는다. 괜찮은 척한다.
하지만 갱년기는 속삭이지 않는다. 쾅하고 부순다.

테스트기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.

문진형 – ‘당신은 요즘 감정 기복이 있습니까?’ 같은 질문들이 쏟아진다. 마치 면접처럼.
소변형 – 소변에 막대를 담그고 기다리면 색깔이 변한다. 과학이라기엔 너무 감정적이다.
혈액형 – 피를 뽑는다. 뜨겁고 끈적한, 내 몸이 증명하는 나의 상태.
디지털형 – 앱이 말해준다. “당신, 지금 갱년기일 가능성 87%예요.”이 모든 테스트기들은 한 가지 공통점을 가진다.
내 몸이 보낸 신호를 내가 드디어 듣는다는 것.

이건 단순한 기계가 아니다.
당신의 몸이 당신에게 보내는 러브레터.

"너 좀 쉬어야 해."
"이제는 혼자 참지 않아도 돼."
"예전처럼 못해도 괜찮아."

문득, 그것이 얼마나 따뜻한 위로인지 느낀다. 테스트기를 들고 울었다는 이들도 있다.
왜냐하면, 인정받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.
내가 느꼈던 이 이상한 기분들,
‘그럴 수 있다’고 누군가 말해주는 것만큼 큰 구원은 없다.

맞다. 이건 테스트기지 치료약은 아니다.
테스트기는 말해준다.
"너 지금 좀 이상해."
하지만, 그 이상은 말해주지 않는다.

그러면 사람은 흔들린다.
“내가 진짜 이상한 건가?”
“근데 뭐 어쩌라고?”
“아니야, 그냥 내가 예민한 거지.”

그래도 테스트기 하나쯤은 해보는 게 낫다.
왜냐하면... 그거라도 없으면
내 감정이 진짜인지 가짜인지조차 모르니까.

그건 ‘깨달음’이다.
숨 막히는 순간, 내 몸을 숫자로 이해하고,
“그래, 이제 나도 그런 시기가 오는구나”라고 인정하는 것.

그 인식이 변화를 만든다.
누구는 요가를 시작했고,
누구는 와인을 끊었고,
누구는 반려동물을 입양했다.

그 모든 시작에는
갱년기 테스트기 하나가 놓여 있었다.

정확도 95%? FSH 수치?
그딴 숫자, 하루 기분 따라 달라지는 거잖아.
근데... 한번 해보고 나니 내 마음이 달라졌다.

"이게 갱년기라면, 나는 나를 더 돌봐야겠다."
사실, 그거면 충분했다.
누가 진단을 내려야지만 바꾸는 게 아니라,
내가 나를 이해했을 때 변화는 시작된다.

그건 ‘나를 위한 작고도 커다란 선언’이다

당신도 오늘 새벽에 깼다면,
당신도 갑자기 울컥했다면,
당신도 뭔가 달라졌다는 걸 느낀다면—

‘갱년기 테스트기’를 한번 해보자.

그게 정답은 아니겠지만,
당신이 당신을 만나는 첫 번째 열쇠가 될 수는 있다.

한오멜 한가득